《비 오는 날, 아이돌이 내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진영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발은 젖고, 교복 바지는 무거워지고, 하늘은 늘 우울했기 때문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이 끝났을 때 이미 운동장은 빗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뛰어나갔고, 진영만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떠올렸다.

“하…”

작게 한숨 쉬는 순간, 옆에서 다른 우산 하나가 펼쳐졌다.

검은 우산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서 있는 사람은 더 믿기 힘들었다.

정국이었다.

진영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방금까지 현실이던 세상이 갑자기 영상처럼 느껴졌다.

정국이 고개를 기울였다.
“같이 쓸래요?”

진영은 대답을 못 했다.
입이 열리지 않았다.

정국은 웃으며 우산을 조금 더 기울였다.
빗방울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비 맞아요.”

그 말에 진영은 반사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우산 아래는 생각보다 좁았다.
어깨가 스쳤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들킬 것 같았다.

둘은 말없이 걸었다.
빗소리만 조용히 이어졌다.

한참 뒤, 정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학생이죠?”

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알아봐요?”

이번엔 고개가 멈췄다.
모른다고 할 수도, 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정국이 작게 웃었다.
“표정 보면 알겠다.”

진영의 귀가 빨개졌다.

신호등 앞에 멈췄을 때였다.
정국이 조용히 말했다.

“근데 신기하다.”

진영이 바라봤다.

“무대 아래에서 이렇게 조용한 눈으로 나 보는 사람, 처음이라.”

비 냄새가 더 짙어졌다.

진영은 겨우 말했다.
“…좋아해서요.”

말하고 나서 숨이 막힌 것 같았다.

정국이 움직이지 않았다.
신호등 불빛만 바뀌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다행이다.”

“네?”

“나도.”

진영의 시간이 멈췄다.

정국이 우산 손잡이를 조금 더 당겼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나도 너 좋아할 것 같아서.”

빗소리가 갑자기 멀어졌다.

진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심장이 대답 대신 뛰고 있었다.

횡단보도 불이 초록으로 바뀌었다.

정국이 속삭였다.
“이름 알려줄래요?”

진영이 말했다.
“…진영.”

정국이 따라 불렀다.
“진영아.”

그 한마디에 세상이 맑아졌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 안에는 햇빛이 들어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