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을 부르면 무대가 멈춘다》

진영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했다.
소음도, 시선도, 숨 막히는 열기도 전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도 그는 공연장 앞에 서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정국.

오늘은 팬사인회가 아니라 콘서트였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온 자리였다.

입장 줄은 길었고, 함성은 이미 시작된 듯 울렸다.
진영은 표를 꼭 쥔 채 숨을 골랐다.

공연장이 어두워지고 음악이 터졌다.
조명이 번쩍이며 무대 위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정국이었다.

화면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빛이 아니라 심장처럼 느껴졌다.

노래 한 소절이 시작되자 관객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진영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는 그냥 바라봤다.

정국이 춤을 추고, 웃고, 숨을 고르는 모든 순간을.

공연이 절반쯤 지났을 때였다.
정국이 무대 끝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관객석을 천천히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시선이 스쳤다.

진영은 순간 확신했다.
지금 눈이 마주쳤다고.

말도 안 되는 착각일 거라 생각했지만,
정국의 시선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노래가 잠깐 멈췄다.

멤버들이 웃으며 뭐라 말했지만 진영은 들리지 않았다.
정국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기…”

관객들이 술렁였다.

정국이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거기 검은 후드.”

진영의 심장이 떨어졌다.

사람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검은 후드는 진영 하나였다.

스태프가 다가왔다.
“잠깐 이쪽으로 와주세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 차렸을 땐 그는 무대 옆에 서 있었다.
조명이 눈부셨다.

정국이 가까이 다가왔다.

“찾았다.”

진영은 숨을 멈췄다.

정국이 웃었다.
무대용 웃음이 아니었다.

“또 도망갈까 봐 걱정했어.”

진영의 머릿속이 멈췄다.

“나 기억 못 해?”

그제야 떠올랐다.

몇 달 전, 방송국 복도.
우산 아래.
조용한 대화.

정국이 속삭였다.
“그때 이름 말해줬잖아.”

마이크가 천천히 내려갔다.

“진영.”

수만 명 앞에서 불린 이름.

관객석이 웅성거렸지만 진영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렸다.

정국이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안 놓칠게.”

진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 손을 잡았다.

순간 함성이 터졌다.
조명이 더 밝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영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오직 한 사람만 보였다.

정국이 아주 작게 말했다.

“무대 위에서도 너 찾고 있었어.”

진영의 눈이 흔들렸다.

정국이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은 팬으로 보이는데,
넌 그냥… 너야.”

노래 전주가 다시 시작됐다.

정국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무대 중앙으로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곡, 한 사람한테 줄게요.”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내려왔다.

진영은 알았다.

오늘 공연은 수만 명을 위한 게 아니라,
단 한 사람을 위한 무대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