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이 들리는 거리》

진영은 밤 산책을 좋아했다.
사람이 적고, 공기가 조용해지고, 생각이 느려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난 날 밤도 그는 이어폰을 끼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국의 노래였다.

진영은 길모퉁이를 돌다가 멈췄다.

노래 속 목소리와 똑같은 숨소리가,
이어폰 밖에서도 들렸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었다.

가로등 아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
하지만 눈은 숨길 수 없었다.

정국이었다.

진영의 심장이 이어폰 박자보다 빨라졌다.

정국이 먼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천천히 마스크를 내렸다.

“또 만났네.”

그 목소리는 녹음이 아니었다.
지금 공기 속에서 직접 울렸다.

진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국이 웃었다.
“이번엔 도망 안 가?”

그제야 진영이 겨우 말했다.
“…안 가요.”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다.”

둘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멀리서 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렸다.

정국이 물었다.
“지금 뭐 듣고 있었어요?”

진영은 이어폰을 뺐다.

잠깐 망설이다가 화면을 보여줬다.

정국 노래였다.

정국이 화면을 보고 작게 웃었다.
“와… 타이밍 뭐야.”

진영은 얼굴이 빨개졌다.

정국이 한 발 다가왔다.
거리의 공기가 달라졌다.

“근데.”

낮은 목소리였다.

“녹음 말고… 직접 들을래요?”

진영의 숨이 멎었다.

정국이 이어폰 한쪽을 빼서 자기 귀에 꽂았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진영 귀에 다시 꽂아줬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노래가 다시 재생됐다.

하지만 이어폰 속 목소리보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정국이 속삭였다.

“이건 라이브인데.”

진영의 손가락이 떨렸다.

정국이 아주 작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폰 속 음원과,
현실의 목소리가 겹쳤다.

진영 눈이 흔들렸다.

노래 한 소절이 끝났을 때,
정국이 물었다.

“어느 쪽이 더 좋아요?”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진영이 말했다.
“…지금.”

정국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나도.”

바람이 살짝 불었다.

이어폰 선이 흔들렸다.

정국이 조용히 말했다.

“노래 말고도… 나 계속 들려줄게.”

진영 심장이 세게 뛰었다.

“대신.”

정국이 손을 내밀었다.

“도망가지 마.”

진영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 손을 잡았다.

이어폰 속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었지만,
이제 진영은 듣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심장 박동이
세상에서 제일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