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으면 계절이 바뀐다》

진영은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었다.
바람 냄새, 햇빛 온도, 사람들 옷차림 같은 사소한 것들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했다.

분명 아직 겨울인데,
자꾸만 봄 같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정국 때문이었다.

처음엔 우연이었다.
방송국에서 한 번, 길거리에서 한 번, 공연장에서 또 한 번.

그런데 우연이 세 번 겹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그날도 그랬다.

진영은 학교 옥상 난간에 기대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찬 바람이 종이를 넘겼다.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학생인가 싶어 고개도 안 들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

“공부해?”

진영 손이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정국이 서 있었다.

햇빛이 등 뒤에 있어서 얼굴이 조금 어두웠지만,
눈은 선명하게 보였다.

진영 입술이 벌어졌다.
“여기… 어떻게…”

정국이 어깨를 으쓱했다.
“촬영 근처에서 있었는데.”

그리고 웃었다.
“보고 싶어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진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정국이 다가왔다.
난간 옆에 나란히 섰다.

바람이 둘 사이를 스쳤다.

“요즘 나 안 피하네.”

“…피한 적 없어요.”

“있었어.”

정국 목소리는 장난 같았지만 눈은 진지했다.

“눈 마주치면 항상 먼저 시선 피했잖아.”

진영은 할 말이 없었다.

정국이 조용히 말했다.
“왜 그랬어?”

진영 손가락이 문제집 모서리를 구겼다.

“…좋아해서요.”

말이 공기 속에 떨어졌다.

정국 눈이 흔들렸다.

진영은 계속 말했다.

“너무 좋아하면… 오래 못 볼까 봐.”

바람이 멎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정국이 한 발 가까이 왔다.

“그럼 지금은?”

진영이 숨을 들이켰다.

“…지금도 무서워요.”

“뭐가.”

“사라질까 봐.”

정국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손을 들어 진영 머리 위에 살짝 얹었다.

“안 사라져.”

낮고 확신 있는 목소리였다.

“적어도 네 앞에서는.”

진영 눈이 커졌다.

정국이 손을 내렸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나 무대에서 웃을 때 있잖아.”

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정국이 진영을 똑바로 봤다.

“다 네 생각나서 웃는 거야.”

세상이 멈춘 느낌이었다.

진영 숨이 흔들렸다.

정국이 덧붙였다.

“그래서 요즘 공연 많으면 좋겠어.”

“…왜요?”

“네 생각 많이 나니까.”

햇빛이 조금 더 밝아졌다.

진영 얼굴이 붉어졌다.

정국이 웃었다.

그 순간 진영은 확신했다.

아직 겨울인데도 따뜻한 이유.
꽃도 없는데 봄 같은 이유.

전부 —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사람 때문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