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만 들리는 앵콜》

진영은 콘서트가 끝난 뒤의 공연장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함성 대신 잔향만 남는 시간.

그 시간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비밀 같았다.

오늘은 스태프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출입증을 반납하면 더는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다.

진영은 텅 빈 객석을 한 번 돌아봤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파도처럼 흔들렸었다.
이제는 의자들만 조용히 줄지어 있었다.

그는 무대를 올려다봤다.

조명이 꺼진 무대는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이게 끝이네.”

혼잣말이 조용히 떨어졌다.

그때였다.

“끝 아니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진영 심장이 멎었다.

천천히 돌아봤다.

무대 위에 정국이 서 있었다.

조명도 없고, 음악도 없고, 관객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눈부셨다.

진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정국이 무대 끝으로 걸어왔다.

“그 표정.”

낮게 말했다.

“다신 못 볼 것 같은 얼굴이네.”

진영 손이 움찔했다.

정국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발소리가 공연장에 울렸다.

“마지막 날이라며.”

진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이 바로 앞에 섰다.

가까웠다.
너무 가까워서 숨이 섞일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가려고 했어?”

진영 입술이 떨렸다.

“…민폐일까 봐.”

정국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누구한테.”

대답이 막혔다.

정국이 한 발 더 다가왔다.

“나한테?”

진영이 시선을 떨궜다.

정국이 한숨처럼 웃었다.

“진영아.”

이름이 불렸다.

“넌 왜 자꾸 혼자 결론 내.”

조용한 말이었다.

정국이 손을 뻗어 진영 턱을 살짝 들었다.

“끝인지 아닌지는…”

눈이 마주쳤다.

“…내가 정해.”

심장이 크게 뛰었다.

정국이 말했다.

“앵콜 듣고 싶어?”

진영 눈이 흔들렸다.

정국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뒤돌아서 무대 위로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아무 장비도 없이,
아무 음악도 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공연 때 부르지 않았던 곡이었다.

잔잔하고, 느리고, 숨소리가 다 들리는 노래.

객석에는 단 한 사람.

진영만 있었다.

정국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향해 있었다.

한 소절,
또 한 소절.

공연장 벽에 부딪힌 목소리가 부드럽게 돌아왔다.

마지막 음이 공기 속에 남았을 때,
정국이 마이크도 없이 말했다.

“이건 앵콜 아니야.”

잠깐의 정적.

그리고 미소.

“첫 곡이야.”

진영 숨이 멎었다.

정국이 무대 위에서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계속 들을 거니까.”

조용한 약속이었다.

진영은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손을 잡는 순간 알았다.

이건 공연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