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꺼진 뒤에도 너는 빛난다》**
진영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면서도 늘 혼자 같았다.
웃고 떠드는 소리 속에서도, 그는 항상 한 박자 늦게 숨 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였다.
그가 정국을 처음 좋아하게 된 이유.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데도,
어딘가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날 밤, 진영은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 지금 나올 수 있어?
보낸 사람 이름을 보는 순간 손이 굳었다.
정국.
짧은 글자 두 개가 심장보다 크게 느껴졌다.
진영은 잠깐 망설이다가 코트를 집어 들었다.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밤공기가 차가웠다.
약속 장소는 한강 다리 아래였다.
사람도 거의 없고, 가로등 불빛만 조용히 흔들리는 곳.
멀리서 누군가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검은 모자, 긴 코트.
가까이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국이었다.
진영 발걸음이 느려졌다.
정국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왔네.”
그 말은 인사 같기도 하고, 기다렸다는 말 같기도 했다.
진영은 가까이 다가갔다.
둘 사이 거리는 팔 하나 정도.
정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오늘 무대 망친 거 알아?”
진영 눈이 커졌다.
“안 망쳤어요.”
“망쳤어.”
정국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눈은 아니었다.
“가사 한 줄 틀렸거든.”
진영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무도 몰랐어요.”
정국이 웃지 않았다.
“넌 알았잖아.”
심장이 멎었다.
진영 입이 다물렸다.
정국이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그때 눈 찡그렸거든.”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조명과 함성 속에서.
진영 손끝이 떨렸다.
“왜 알았는지 알아?”
정국이 한 발 다가왔다.
“계속 너만 보고 있었으니까.”
숨이 가까워졌다.
진영 시선이 흔들렸다.
정국이 조용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빛이야.”
잠깐 멈췄다.
“근데 넌…”
그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빛이 아니라 이유야.”
말이 떨어졌다.
강물 소리만 들렸다.
진영 목이 말랐다.
“…이유요?”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대 서는 이유.”
심장이 세게 뛰었다.
정국이 손을 들었다.
망설이다가,
진영 손등 위에 살짝 얹었다.
차가운 손이었다.
진영이 놀라서 올려다봤다.
정국이 웃었다.
“긴장하면 손 차가워져.”
“…지금도요?”
“응.”
잠깐 침묵.
그리고 낮게 한마디.
“네 앞에서는 항상.”
진영 숨이 흔들렸다.
정국이 속삭였다.
“무대보다 더 떨려.”
바람이 불었다.
강물 위 불빛이 흔들렸다.
정국이 손을 조금 더 움직였다.
손가락이 살짝 겹쳤다.
“그러니까…”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망가지 마.”
진영은 이번엔 웃었다.
아주 작게.
“…안 가요.”
정국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그리고 말했다.
“다행이다.”
그날 밤,
조명 하나 없는 강가에서 —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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